청소년 다큐멘터리 IN DMZ국제다큐영화제

2017.09.04

청소년 다큐멘터리 IN DMZ국제다큐영화제

한동혁 시민에디터

 

영화제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존재하지만, 역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경쟁부문’일 것이다. 쇼케이스와 회고전을 비롯한 다른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경쟁부문은 다양한 상을 걸고 각 영화들이 경합을 벌인다. 수상작들은 다음 영화제가 열리기 전까지 영화제의 얼굴이 되어 영화제가 지금 이 순간 어떤 태도로 영화와 세상을 대하고 있는지를 직간접적으로 관객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기에 영화제의 입장에서 어떤 영화들을 경쟁부문으로 초청할지, 그리고 그 중에서 어떤 영화를 수상작으로 호명할지, 그리고 어떤 형식의 경쟁부문을 창설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언제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DMZ국제다큐영화제에는 4개의 경쟁부문이 존재한다. 전 세계의 작품들로 프로그램을 채우는 ‘국제경쟁’을 비롯해, 아시아의 작품들이 경합을 벌이는 ‘아시아경쟁’, 국내에서 제작된 작품들이 경쟁하는 ‘한국경쟁’. 그리고 마지막으로, 청소년 감독들이 만든 작품들을 상영하고 시상하는 ‘청소년경쟁’이 있다. 국내에 존재하는 국제 규모의 영화제 중 청소년경쟁프로그램이 있는 영화제는 DMZ국제다큐영화제가 유일하다. 2011년 제3회 영화제때 신설된 이후, 청소년경쟁부문에선 2016년 제8회에 이르기까지 총 37편의 청소년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를 세상에 소개해왔다.

<봉준호를 찾아서>(Searching for Bong, 2015)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청소년경쟁부문을 시작한 이후 7년이 지났다. 국제 규모의 영화제에서 청소년영화들을 소개하기 시작하자, 영화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변화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제7회 영화제 청소년경쟁부문에서 <봉준호를 찾아서>(Searching for Bong, 2015)를 상영한 정하림 감독은 예술고등학교에 재학하던 시절, 다큐멘터리 수업의 최종 목표가 DMZ다큐영화제의 청소년 경쟁부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작품 마감 날짜도 영화제 마감 날짜에 맞춰서 진행했었고, DMZ영화제 진출을 다들 최종 목표로 삼고 한 학기 공부에 임했습니다. 그만큼 저희들 사이에서 뜻깊은 영화제였기 때문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제 자체가 없는데다가, 그중에서도 청소년 경쟁부문이 있는 곳은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제3회 청소년경쟁부문에서 <학생 여기 와서 이 영화 좀 보고가>(High School Student´s Guide to Be a Filmmakers, 2010)를 상영하고 우수상을 수상했던 조남현 감독은, 작품을 만든 이후 DMZ영화제에서의 상영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다큐멘터리를 시작하고 난 이후, 계속해서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고민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작품이 DMZ국제다큐영화제에 초청되었고, 제 작품을 극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보는 경험을 하면서 고민에 대한 해답을 조금은 찾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저에게 큰 격려가 되었던 거죠.” 제8회 때 <9와 0 사이>(Between 9 and 0, 2015)를 상영하고 최우수상을 수상했던 김수민 감독도 비슷한 말을 했다. “단독으로 연출을 한 영화는 <9와 0 사이>가 처음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스스로 제 영화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DMZ영화제의 초청은 제가 혼자서도 영화를 연출해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사건이었습니다. 이 때 약간의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학생 여기 와서 이 영화 좀 보고가>(High School Student´s Guide to Be a Filmmakers, 2010)

두 감독은 예술고를 다닌 것도 아니었고,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다른 또래 창작자들과 소통 할 수 있는 길이 적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사는 곳을 떠나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낼 기회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 규모의 영화제인 DMZ영화제의 초청은 특별했다. 숙소와 ID카드를 제공받아 영화제에 방문한 감독들은, 자신들의 영화를 상영하는 것 외에도 같은 청소년 감독들과의 친분도 쌓았고, 다른 부문에서 상영하는 기성 감독들에게 조언과 격려도 들을 수 있었다. 김수민 감독은 “GV 끝나고 나올 때 다른작품 감독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영화 잘 봤다고, 특히 촬영이 좋았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외에도 영화제를 오가면서 만난 분들에게 제 작품에 대한 코멘트를 들을 때면 인정받는 느낌이 들어서 기뻤습니다. 또, 영화제 상영 때 가족들과 함께 와서 영화를 봤었는데, 다 보고 나와서 다들 감동 받았다고, 잘 완성시킨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을 때 작품을 만든뒤 처음으로 안도감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청소년 감독들에게는 특히 가족들과 극장에서 자신이 만든 영화를 함께 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 크게 다가왔다. 전보다 조금 더 당당하게, 영화라는 꿈을 가족들에게 말 할 수 있게 되었다.

<9와 0 사이>(Between 9 and 0, 2015)

DMZ국제다큐영화제 청소년경쟁 부문의 커다란 특색중 하나는, 청소년경쟁부문의 본선 심사를 성인이 아닌 청소년 심사위원들에게 위임한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비평과 자기소개서를 제출 한 뒤 면접을 통해 선정되는 청소년 심사위원들은, 영화제 기간 동안 숙소와 ID카드를 제공받으며 ‘JURY’로서 활동한다. 청소년경쟁 작품들을 다 함께 보고, 치열한 회의를 통해 수상작을 직접 선정한다. 이 과정에서는 어떤 영화제의 개입도, 기성 감독의 코칭도 없다.

제7회 영화제때 청소년경쟁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영총은, 영화감독이란 꿈을 꾸고 있지만 아직 작품을 만들지는 못한 상태였다. 평소 다큐멘터리를 좋아했던 그는 동시대의 다른 청소년들이 어떤 작품들을 만들고 있는지 궁금했다. “평소의 제가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친구들과 나눌 때,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곤 기껏해야 ‘좋았어’, ‘뭔가 이상해’, ‘별로야’ 정도가 다였습니다. 저는 언제나 좀 더 영화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DMZ국제다큐영화제의 청소년경쟁 심사위원으로 활동 했던 것은 그런 갈증을해소 할 수 있게 해준 경험이었습니다. 심사위원 친구들과 함께 모여 청소년 다큐는 어떠해야 하는지, 이 영화에게 상을 주는 것이 과연 우리에겐 어떤 의미가 되는지, 영화가 갖출수 있는 좋은 태도와 나쁜 태도는 어떤 것인지를 비롯해 진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저 스스로 많은 공부가 되었고, 동시에 이미 영화를 만든 또래 감독들을보면서 자극도 받게 되었습니다.” 결국 김영총은 이듬해, 제8회 영화제에 <수필>(Essay, 2015)이라는 자신의 영화를 들고 이번엔 감독으로서 청소년경쟁부문을 다시 찾았다.

<수필>(Essay, 2015)

극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빛을 보기 힘든 장르인 다큐멘터리. 그렇기에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다큐멘터리를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고, 소수의 청소년 감독들이 작품을 창작해도 그것을 제대로 평가 받을 기회를 갖는 것도 극영화의 그것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에서 다큐멘터리 영화제로선 가장 규모가 큰 DMZ국제다큐영화제가 청소년들을 감독으로, 심사위원으로 호명해주는 것은, 청소년 창작자들에겐 일종의 이정표이면서 동시에 기회의 장이다. 우리는 안다. 청소년 감독들이 훗날 이루게 될 성취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청소년 다큐멘터리 창작자들은 해가 지날수록 늘어가고 있다. DMZ국제다큐영화제의 청소년경쟁부문은 10년 뒤, 20년 뒤 새롭게 나타날 다큐멘터리 작가들의 공통적인 시작점으로 역사에 기록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정하림, 조남현, 김수민, 김영총 감독은 2017년 현재도, 영화를 계속 해나가고 있다.

약간의 고백. 시민에디터라는 이름으로 DMZ Docs 웹진에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영화의 첫 발걸음을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영화인으로서의 첫 발걸음을 뗐다. 2011년 제3회영화제 당시, 나는 DMZ 영화제에서 청소년 경쟁부문 심사위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을 했었다. 영화를 꿈꿨지만 예고가 아닌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던 나는 영화와 접점을 가질 수 있는 길이 전혀 없었다. 그렇기에 DMZ 영화제 청소년경쟁 심사위원에 지원하는 과정 자체가 내게는 새로운 공부였다. 살면서 처음으로 다큐멘터리 비평(김태일 감독의<오월愛>(2010)를 썼었다)을 써서 제출했고, 다큐멘터리 1세대로서 오랫동안 작업을 이어오시고 계셨던 당시 프로그래머 강석필 감독님과 면접을 보는 등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던 학생이 흔히 경험 할 수 없는 새로운 시간들이 내게 다가왔다. 감사하게도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었다. 개막부터 폐막까지 영화제에 머물며 정말 다양한 영화들을 보았고, 친구들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이듬해, 나는 내가 만든 첫 영화인 <그 자퇴하는 학생은 어디로 가면 됩니까!>(What Do You Want From Me?, 2012)를 연출해 DMZ국제다큐영화제를 다시 찾았다. 감독으로 처음 호명받은 순간. 나 역시 모든 가족들이 영화를 보러 와주었고, 생에 첫 GV를 하며 감독으로서 극장에 서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경험했다. DMZ영화제가 아니었으면 경험하지 못했을 시간이었다.

<그 자퇴하는 학생은 어디로 가면 됩니까!>(What Do You Want From Me?, 2012)

처음 영화제를 찾았던 2011년으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나는 영화과 학생으로, 그리고 4편의 독립영화를 발표한 감독으로서 살고 있다. DMZ영화제에서 맺은 인연들은 아직도이어지고 있다. 특히, 조남현 감독과는 ‘해양성’이란 팀을 만들어 함께 영화를 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함께 만든 영화 <종달리>(2017_한동혁 연출, 조남현 촬영)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독립영화제인 인디포럼에서 개막작(제22회, 2017)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DMZ Docs 웹진 시민에디터에 지원했더 것도, 내게 시작 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준 DMZ국제다큐영화제와의 접점을 계속해서 가져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아직도 청소년 경쟁부문과 청소년 심사위원 제도를 유지하고, 나아가 청소년 다큐제작 워크숍까지 진행하는 등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영화적 경험을 지원하고 있는 영화제에게 감사를 표하고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 글을 빌어 말하고 싶다. 우리에게 기회를 주고, 격려해준 영화제에게 정말 고맙다고. 언젠가 열심히 성장한 우리들이 영화제에게 많은 것을 돌려 줄 수 있을때까지 계속해서 존재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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