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에서 발견한 내 영화의 가능성

2017.07.10

독엣지콜카타 참가기:
이국에서 발견한 내 영화의 가능성

김상규 다큐멘터리 감독

 

올해 2월 27일부터 3월 5일까지 인도에서 열린 독엣지콜카타에 참가했다. 2016년 DMZ국제다큐영화제 제작지원 공개발표에서 내 프로젝트인 <해프닝>(Happenings)이 ‘독엣지콜타카상’을 받아 초청된 것이다. 독엣지콜카타는 아시아권의 다큐멘터리를 육성하고 세계에 소개할 기회를 제공하는 튜터링과 피칭마켓이 결합된 행사이다. 유럽, 북미, 아시아의 다큐멘터리 전문가들이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감독들의 프로젝트를 인터네셔널 콘텐츠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조언하고 영화 및 방송관계자들 앞에서 피칭하게 함으로써 각 프로젝트의 세계시장 진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해프닝>

이번 행사에는 총 23개의 프로젝트가 참가했으며 절반가량은 인도, 나머지는 아시아 프로젝트였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20~30대의 젊은 감독들이었는데 다큐멘터리 제작에 첫발을 내딛는 사람부터 이미 몇 편의 연출경력을 가진 사람까지 다양했다. 피칭 기회를 가지는 공식 참가자 외에도 옵저버 자격으로 참여한 인도의 감독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참가자들이 튜터링 받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기획 중인 자신의 프로젝트에 참고하는 기회를 가졌다. 독엣지콜카타에서의 만남을 자기 프로젝트 발전의 기회로 삼고자 하는 열정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다섯 번의 튜터링 시간동안 참가자들은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한 모의피칭을 진행하고 튜터들은 인터내셔널 관객을 고려한 내러티브구조에 대해 조언했다. 내 작품의 경우 한국의 특수한 정치적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한국관객만을 타켓으로 잡고 있었다. 분단에서 기인한 한국인들의 뿌리 깊은 레드컴플렉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에게는 내 영화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나의 우려는 금새 사라졌다.

<독엣지콜카타>

‘분단과 갈등’은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다. 인도의 감독들은 내 프로젝트에서 자신들의 역사를 떠올렸다. 인도는 영국 식민지 이전에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와 한 국가였고 분단된 이후 지금까지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식민지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아시아인들에게 분단과 갈등의 역사는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또한 ‘레드컴플렉스와 종북논란’은 세계적으로 만연하고 있는 극우 미디어에 의한 혐오조장과 맞닿아 있었다. 외국 감독들을 만나 피드백을 받으면서 국적, 언어, 문화 등에 갇혀있었던 내 영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튜터링 외에도 제작과 피칭에 도움이 될 만한 마스터클래스와 필름 스크리닝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특히 EDN(European Documentary Network)에서 온 Paul Pauwels의 피칭강의가 유익했는데 “피칭은 방문판매와 같이 하라”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피칭의 목적이 한정된 시간 안에 디시전메이커에게 프로젝트를 어필해 펀딩을 받거나 코워크를 하려는 것이니만큼 하고 싶은 말을 전부 담기보다는 상대방이 원하는 정보를 중심에 두고 꼭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독엣지콜카타>

피칭은 행사의 마지막 이틀간 진행되었는데 각 프로젝트당 7분의 발표시간과 8분의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DMZ 제작지원 발표당시 한국관객을 대상으로 준비했던 원고를 가져갔기 때문에 튜터링에서 받은 피드백을 참고해 발표 내용을 수정했다. 한국의 특수한 상황이나 표현보다는 보편적 시각에서 납득할만한 스토리텔링의 방식을 찾고자 노력했고 트레일러도 보완했더니 좋은 반응을 얻었다. 비록 공식적인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같은 조의 친구들은 나에게 ‘일취월장상’을 수여했다.

피칭을 마치고 1:1 미팅을 신청한 10명의 디시전메이커들과 15분씩 대화를 나누었고 주최측에서 추가로 만나보도록 권한 5명도 다음날 따로 시간을 내 만남을 가졌다. 한정된 시간동안 짧은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 한계가 있었지만 내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 포인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1:1 미팅만으로 어떤 성과를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업데이트 된 내용을 알려주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 프로젝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디시전메이커들에게는 러프컷이 완성되면 다시 연락해볼 계획이다.

<독엣지콜카타>

외국인에게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은 한국관객만을 대상으로 했던 시야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외국의 감독들과 대화를 나누며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공통점을 발견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해외 공동제작을 염두하고 있거나 인터내셔널 프로젝트로 발전시키고 싶은 감독이나 프로듀서에게는 독엣지콜카타 참가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다만 영어로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반드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나는 언어문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특히 발표 준비를 도와준 Mayu와 질의응답을 통역해준 Gary, 1:1미팅 때 동석해준 경희 등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 독엣지콜카타 (Docedge Kolkata)
매년 2월 인도 동부에 위치한 도시 콜카타에서 개최되는 국제 다큐멘터리 행사로 가장 주목할만한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을 초대해 개최하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피칭포럼 행사다. 독엣지콜카타는 제작자들이 그들의 프로젝트를 피칭포럼에서 세계적인 영화인, 방송인, 재단 등에 선보이기 전에, 엄격한 멘토링을 제공하여 그들의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착수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포럼은 저명한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참여하는 마스터클래스와 세미나, 상영으로 구성된다. 특히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의 스토리텔링 스킬 증진 및 공동제작 기회를 도울 강력한 멘토링 프로그램에 집중하는 것이 특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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