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다큐 지원사업의 현황과 나아갈 길

2017.07.10

마르지 않는 다큐멘터리의 샘을 위하여:
한국 다큐 지원사업의 현황과 나아갈 길

신효진 시민에디터

 

올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서 발표한 4월까지의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를 살펴보면 135편의 개봉영화중 다큐멘터리는 단 3편에 불과하다. 성수기라 할 수 있는 방학시즌이 다가오면 주요극장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나보기 더욱 힘들어 질 것이다. 그러나 이런 척박한 제작·유통의 상황 속에서도 다수의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고 개봉되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작년 다양성 영화 개봉작을 기준으로 다큐멘터리의 비율이 약 1/4정도를 차지한다는 것은 여전히 많은 관객들이 양질의 다큐멘터리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는 제작특성상 촬영기간 및 회차가 예측이 불가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예산을 운용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다. 더불어 어렵게 제작이 완료된다고 하더라도 후반작업에 있어서도 한계점이 많기에 관련한 정책 및 사업이 없이는 관객들과 만나기란 하늘에 별따기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국제 다큐멘터리 마켓 지원 사업’ 공고를 내고 영진위에서도 올해부터 독립단편과 함께 ‘다큐멘터리영화 제작지원사업’을 단독적으로 시행하는 등 다큐멘터리 진흥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들이 생겨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몇몇의 지원 사업만으로 다큐의 창작 생태계가 발전할 수는 없다. 다큐 제작인들의 노력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정책적 의지로 말미암은 선순환 제작지원 시스템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본고에서는 작금의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의 진흥정책을 살펴보고 다큐멘터리 현장의 목소리에 부응하는 정책 방향과 지원체계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고자 한다.[주1]

우선적으로 영진위의 다큐멘터리 진흥사업은 공공영역에서의 다큐멘터리 지원 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 지난해까지 다큐멘터리 관련하여 직접적인 제작지원사업은 독립영화제작지원 사업의 한 트랙으로 속해있는 다큐멘터리 제작지원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었다. 그러나 전술하였듯 올해부터는 다큐멘터리영화 제작지원을 별도의 사업으로 분류하여 추진하고 있다. 작년 대비 사업구조를 개편하면서 다큐멘터리 부문을 별도 운영하여 지원의 전문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에서이다. 또한 다큐멘터리 지원에 있어 신인부문 쿼터를 적용하여 사업구성이 세분화되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영진위는 이외에도 ‘장편독립영화 후반작업 기술지원사업’, ‘다양성영화 개봉지원사업’으로 독립 다큐멘터리의 제작과 유통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기존의 지원사업과 더불어 영화계 전반의 파급력까지 고려한 다큐멘터리 진흥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관례적인 영진위의 현재 지원책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현장의 목소리에 충실한 지원방식으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단순 사업비 위주의 지원체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불특정 다수의 영화를 포괄적인 배분 형태로 지원하는 현재의 지원체계에서 벗어나 다큐멘터리를 왜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표체계와 궁극적인 종합발전계획의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유동적인 다큐멘터리 시장여건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지원체계를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변화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발전된 제작환경이 구축될 것이다.

영진위의 포괄적인 지원체계와 비교하여 국내 유수의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의 제작지원시스템은 훨씬 제작현장 밀착형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다큐 영화제에서 가장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제작 및 개봉배급을 지원하는 곳은 단연 DMZ국제다큐영화제(DMZ Docs)의 제작지원 프로그램일 것이다. 올해 기준으로 지원 프로그램은 크게 제작지원과 배급지원, ‘대명문화공장 다큐펀드’ 이렇게 세 가지 분야로 나뉘어서 진행된다. 제작지원 분야는 공모작 중 아시아·한국의 장편 다큐멘터리(10편), 신진작가제작지원(5편), DMZ프로젝트(2편)를 선정하여 총 2억 9천만원을 지원한다. 배급지원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하기 쉽지 않은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고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극장 상영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9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공식초청작 중 2018년 상반기 극장 개봉을 계획하고 있는 한국 다큐멘터리 2편을 선정하여 총 4천만 원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올해는 대명문화공장 다큐펀드(가칭)이 신설되었다. 극장 개봉을 목표로 하는 한국 장편(60분 이상) 다큐멘터리 중 대명문화공장에서 1편을 직접 선정하여 개봉지원 또는 제작지원을 하며 총 1천만원의 혜택이 주어진다.

<2017 DMZ국제다큐영화제 제작지원제도>

영화제에서 진행하는 제작지원 프로그램은 보통 ‘피칭’[주2] 형태로 다큐멘터리 제작지원을 한다. 대표적으로 EBS국제다큐영화제(EIDF)를 들 수 있다. EIDF에서는 국내 다큐멘터리의 제작 기반을 확대하고 우수한 제작자를 양성하기 위한 ‘EIDF 제작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국내·외 방송사 및 배급사에 투자 유치할 수 있는 피칭과 함께 ‘EBS 다큐 프라임’에 방영될 장편 다큐멘터리와, 중단편 작품을 EIDF 제작지원작으로 선정한다. 또한 올해 3월 개최된 인디다큐페스티벌은 신진 다큐멘터리 감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사업인 [인디다큐 새얼굴 찾기 ‘봄’]을 개최하였다. 제작경력과 포트폴리오의 완성도를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았던 기존의 독립다큐멘터리 제작지원 제도를 뛰어넘어 제작 경험이 없어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 인디다큐페스티벌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1차 서류심사와 2차 심층면접심사를 통해 제작지원작을 선정하고,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관객과 다큐멘터리 제작자 및 전문가의 피드백 과정을 거친다는 점, 감독들의 멘토 시스템도 병행하여 제공된다는 점에서 제작자에게 필요한 맞춤형 제작지원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겠다.

이외에 전주/부산국제영화제 및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에서 극영화와 함께 다큐멘터리 제작지원이 행해지며 지역의 영상위원회 역시 다큐멘터리 지원사업 시행에 있어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인천 다큐멘터리 포트’는 영화의 제작주기별과 직간접 지원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마켓’, 즉 다큐멘터리라는 콘텐츠를 국내•외 투자사, 방송국, 배급사, 극장들과 매매하고 펀딩을 받고 나아가 제작에 함께 참여할 파트너를 만나 비즈니스를 하는 장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제작지원사업과 차별점이 있다. 또한 열악한 다큐의 후반작업을 지원하거나 영어자막 번역 지원, 광고디자인 지원 등은 여타 지원사업에서 찾아보기 힘든 프로그램일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다양한 방식의 지원사업은 한국의 다큐멘터리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에 일조할 것이다. 그러나 지원 정책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은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소모적인 제작비 지원사업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다큐멘터리 지원사업의 궁극적 목표가 다채로운 다큐의 제작에 있다는 것을 염두하고 단순한 제작비 지원을 넘어서서 창작의 여건과 기반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인프라 확충이 가장 시급한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큐제작자들이 자유롭고 활기차게 제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 말이다. 현재에도 서울영상위원회의 영화창작공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상암DMS 등과 같은 영상물 전반에 대한 공간이 존재하지만 다큐멘터리 전용 (창작)공간은 전무한 실정이다. 공공의 영역에서 다큐멘터리 전용 공간 및 플랫폼을 통해 제작‧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다큐 전용 공간의 필요성과 더불어 보다 다수에게 적합한 자원이 배치될 수 있도록 간접지원방식의 사업도 병행되어야 한다. 제작 및 개봉지원 뿐 아니라 인천 다큐멘터리 포트의 사례처럼 홍보‧마케팅 지원 등 실질적으로 다큐멘터리가 제작되는 데에 필요한 제반사항까지 포함한 지원사업의 확대가 양질의 다큐멘터리가 제작되는 선순환이 자리 잡게 하는데 크게 일조할 것이라 생각한다. 제작비 지원의 경우에도 단일 작품 중심의 단순 지원방식에서 벗어나 다큐 전문 감독/제작자 중심의 다년제 지원방식과 기획 단계부터 작품 발굴에 도움이 되는 지원사업으로 확대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다큐멘터리 지원체계를 합리화하기 위해서는 지원과정의 전문성과 투명성확보, 지원결과에 대한 사후관리와 환류체계구축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蛇足새로운 출구전략

최근 순수예술계에서 유입된 인력이 제작하는 다큐멘터리가 또 하나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전통적인 다큐멘터리 제작방식이 아닌 시각예술 기반의 작가들이 다큐멘터리 연출을 하면서 새로운 영상미학을 창출해내고 있다. [주3] 이와 유사한 비디오 아트, 뉴미디어 계열의 다큐 혹은 갤러리 상영을 목적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각 지자체 문화재단 등 순수예술 분야의 지원사업을 노려봄직하다.



[주1] 한국의 다큐멘터리는 큰 범주에서 TV와 극장을 축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본고에서는 극장상영에 초점을 맞추어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주2] 다큐멘터리 제작자 혹은 감독이 지원금 유치, 공동 제작 등을 목적으로 관객 및 심사위원 그리고 제작사와 투자사 앞에서 기획 개발 단계의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설명하는 일종의 투자 설명회이자 이벤트라고 볼 수 있다.


[주3] 대표적으로 <철의 꿈>을 연출한 박경근, <비념>과 <위로공단>의 임흥순, <논픽션 다이어리>의 정윤석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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