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th DMZ Docs 슬로건 – “시민속으로 간 다큐”

2017.06.17

시민속으로 간 다큐

올해 DMZ국제다큐영화제의 슬로건은 ‘시민속으로 간 다큐’입니다. 다큐멘터리의 대중화를 위해 더욱 시민에게 다가가겠다는 영화제의 의지를 표현하고자 한 것입니다. 여기서 대중화란 다큐멘터리의 탈정치나 상업적 코드로의 전회, 주류적 흐름으로의 탑승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삶을 기록했기에 무엇보다 일상과 가까워야 하는 다큐멘터리가 우리의 영상생활과 다분히 유리되었음에 경계심을, TV광고와 상업적 기획영화가 제공하는 ‘환상’에 대항하는 ‘현실’의 전선을 강화해야 한다는 영화제의 현실인식이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다큐멘터리의 고유성을 간직한 채 여러분들에게 더 다가가겠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생각 아래 DMZ국제다큐영화제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시민과 다큐멘터리의 접점을 넓혀왔습니다. 각 지역에서 진행하는 정기상영회,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아카이브 서비스를 통한 상영회 지원 등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1,000만 관객의 극영화와 흥행은커녕 개봉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다큐멘터리들이 동존하는 상황. 이 거대한 간극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아니, 그 전에 다큐란 무엇일까요?

“곧 역사History는 사라지고
이미저리 Imagery 와 비디어리 Videory 만 남게 될 것이다.”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 선생이 남긴 말입니다. 말 그대로 우리는 끝없는 해석의 지평 위에서 빠른 속도로 횡단하는 텍스트의 역사가 사라짐을 목격하면서, 대신 그것의 상을 포착한 영상의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한편 영화의 한 지류로서 다큐멘터리는 스스로 세계의 상을 기록하거나, 열병에 걸린 듯 기록된 상을 먹어치우면서 역사의 원전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백남준 선생의 말을 조금 바꿔 말하자면, 우리는 역사에 대한 다큐멘터리의 대리청정代理聽政을 보고 있다고나 할까요?

거대한 역사, 그만큼 넓은 스펙트럼의 다큐멘터리. 우리는 그 앞에서 길을 잃습니다. 신호등도, 차선도, 이정표도 없는 교차로를 상상해본다면, 우리는 그것을 다큐멘터리라고 부를 수 있을 겁니다. 다큐멘터리는 장르의 법칙을 거부하고, 산업의 지휘에 저항하기 일쑤기 때문에 관객은 텅 빈 교차로에서 한참을 헤매이게 됩니다. DMZ국제다큐영화제는 그 길잡이로서 등장했지만, 우리는 영화제에서조차도 길을 잃기 쉽상입니다. 역사의 너비만큼이나 다큐멘터리 역시 시작과 끝을 가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겠죠.

DMZ Run Run Run!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고 시민속으로 간 다큐를 다시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아홉 번째를 맞는 DMZ국제다큐영화제는 다큐멘터리 촌락에 찾아온 이방인들에게 좀 더 적극적인 길잡이가 되고자 합니다. 이런 기조 아래 올해 처음으로 진행하는 세 가지 사업을 소개합니다.

1) 다큐 감상실, DMZ시네마

먼저 상영관을 찾지 못해 속절없이 밀수꾼에게 손을 내밀고야마는 관객들. 불법적인 경로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다큐를 찾아 수소문하는 여러분에게는 상영관을 제공합니다. 고양시에 소재한 영화제 사무국에는 당신만의 다큐멘터리 영화관, DMZ시네마가 깃들었습니다. 그간 독립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는 채널은 극히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공동체 상영이라는 방식도 손이 가는 일이였죠. DMZ시네마에서는 단 한명의 관객도 환영합니다. 216편의 DMZ국제다큐영화제 아카이브를 이제 손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2) 팟캐스트, 팟Q

다큐멘터리의 너른 지평을 보다 친절하게 보여줄 팟캐스트, ‘팟Q’도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의 다종다양한 소재들. 그러나 그 범주에 액션, 드라마, 멜로가 아닌 정치, 노동, 분단의 명찰이 붙을 때의 당혹감. 그것은 시민이 다양한 가치와 대좌하며 겪는 곤혹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떠한 영화보다도 지상의 양식에 충실한 것이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이겠죠. 이때 다큐멘터리는 담론이 무수히 횡단하는 훌륭한 사유의 장터가 됩니다. 그러한 플랫폼으로써의 가능성을 팟캐스트 ‘팟Q’가 가늠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재미는 기본! 다큐의 B급 반란 팟Q가 오는 8월부터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3) 웹진, DMZ Scope

마지막으로 DMZ국제다큐영화제 웹 매거진 ‘DMZ Scope’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의 팬을 자임하는 시민에디터들이 직접 다큐의 세계를 소개하는 웹진입니다. 물론 우리는 ‘아마추어리즘’을 표방합니다. 정치․사회적 담론의 소재로써, 아카데믹한 분석의 대상으로써 다큐멘터리를 활용하는 글은 지양합니다. DMZ Scope에서는 다큐를 사랑하는 시민의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 다큐멘터리 영화의 이채로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이력을 가진 7명의 시민에디터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다큐멘터리 상영관을 찾고, 산업과 다큐멘터리의 긴장을 목격하고, 다큐멘터리 영화의 마술같은 순간들을 지나치면서 다큐를 통한 연대의 고리를 모색하는 중입니다.

DMZ시네마, 팟Q, DMZ Scope. DMZ Run Run Run!
DMZ국제다큐영화제가 세 번 여러분에게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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